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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3/02/0200000000AKR20170302124900054.HTML?input=1195m


https://wspaper.org/article/18325


소비 경향과 생산 경향은 병진竝進하는 것 아닌가? 소비 트렌드, 문화적 트렌드(경향)에 따라 기업, 산업, 생산자의 트렌드도 역시 변화한다고 보통은 말한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고는 하는 말이, "트렌드를 읽어라", 혹은 "흐름을 읽어라" 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꼭 들어맞는 진리는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트렌드라는 것, 생산과 소비라는 것은, 누군가는 선도하기도 하며 - 마치 아이폰처럼 - 그래서 소비를 선도하고, 또는 말마따나 그 흐름을 읽어나가며 소비의 흐름을 잘 타고 가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흐름을 읽는다거나 트렌드를 안다거나 하는 것은 모든 업종(시장)에 걸쳐 법칙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작은, 아주 미세한 시간적 간격을 실용實用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업종(시장)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시장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런 미세한 간격을 실용하고 있는 산업들의 생존방식 자체가 지극히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각종 저렴한 스파 의류 브랜드라든지(의류산업), tv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산업이라든지, 출판산업이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의류 산업의 경우, 특히나 저렴하고, 대중화(박리다매)를 강조하는 스파브랜드의 경우, 옷의 사용기간을 거의 한 철, 내지 1년 정도로 판단하고 생산 판매를 한다. 구매자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만원, 2만원 하는 의류를 사고 팔면서 그 옷이 1년, 2년씩 입혀지기를 바라는 판매자는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며(최소한 기업의 공식적 생존전략으로는), 그렇기를 희망하며 구매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나같은 소수의 사람은 있겠지만). 따라서 상품의 품질 또한 딱 그 정도이다. 

미디어산업은 어떠한가? 특히 드라마의 경우는? 우리 기억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며 곱씹을만한 드라마를 생산하는가? 내게는 그렇지 않은듯 보인다. 적당히, 한 시즌에 걸쳐, 적당히 예상되는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게끔 기획되고 생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꽤 많이 제작되고 있을 드라마 각본들이 있고, 어떻게 보면 한 시즌살이 드라마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 기억속에 기억나는 tv드라마, tv프로그램에서 두고두고 기억나는, 그래서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두고 두고 곱씹으며 다시금 되돌려 볼만한 것이 몇이나 있는가? 얼마 없지 싶다.

출판산업은 어떠한가? 잘 만들어진 책은 두고두고 수 년에 걸쳐 팔린다. 하지만 사실상,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 책은 시즌과 시기를 잘 타 "잘" 팔리는 책을 의미하며 이런 식의 "잘" 만들어진 책들은 "잘" 팔리고는 곧 사라져버린다. 어림 짐작하지만 1년에도 수백 수천 권의 책이 양산될 것이다. 그중에서 실제로 잘 만들어진 몇몇의 책은 - 그 가치, 진면목을 볼 안목이 없는 대중들에 의해, 혹은 그 그릇을 다 담기 힘든 삭막한 현실에 의해, 혹은 일회성 소비의 트렌드를 방치하는 구조에 의해 - 곧 묻혀버리고, 또 어떤 책들은 적절한 마케팅, 자본의 지원, 그리고 시기를 잘 만나 "잘" 만들어진 책이 되어 그 흐름을 타며 "잘" 팔리고, 또 사라진다. 사라져간 "못" 만든 책들 중에는 잘 만들어진 책이기를 바라며 간격의 실용을 떠나 출판되었지만 사라졌을 책들이 있을 것이고, 진짜 못만든 책도 있을 것이다.

 모두 비윤리적이다. 이렇게, 현재와 현재, 또는 현재와 미래 사이의 미세한 간극을 파고들어 그 사이를 실용實用하는 산업들은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즌 시즌마다 생산된 상품들은, 그렇게 팔리고, 소비되고, 버려져간다. 그리고는 또 다시 대체되어 생산되고, 팔리고, 버려진다. 버려지는 것은 물질만이 아니다. 에너지, 정력定力 역시 그렇게 낭비된다. 그렇게 버려지고 쌓여서 그것이 때로는 산山이 되기까지 한다. 반면 잘 만들어진 상품들은 "못" 만들어진 상품으로 둔갑되어 또 마찬가지로 버려진다. 그렇게, 소위 "못"만들어져 버려진 것들이 때로는 중고센터에, 때로는 중고책방에서, 누군가가 그 존재의 참된 가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썩고 있다.

 나는 이러한 세태를 통탄한다. 상품의 가치, 그러니까 경제적 가치로서가 아닌, 한 주체의 내면화된, 삶의 동반자로서의 가치가 생산전략의, 그리고 소비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인정신이다.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한 시즌만을 위한 - 그러니까 트렌드까지만 보고 만들어지는 의류, 또는 기타 가전제품, 휴대폰, 건축에까지 그 생산양식과 전략은 100년 이상을 바라보는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것들은 제 아무리 저렴한 것이라도 그 스스로가 명품名品이 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어야 한다. 드라마는, 그리고 각종 tv 프로그램은, 출판물들은 그 스스로가 고전古典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상생이며 영구선순환의 길이다.

 결국, 비윤리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된 것들, 우리들의 비윤리는 결국 우리들에게, 혹은 "인간"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지극한 이치이니!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다. "만국의 인간이여 윤리적이어라! 윤리적임으로써 잃을 것은 비윤리성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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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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