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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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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2007)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7.9
감독
톰 티크베어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비르기트 미니히마이르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독일, 스페인, 프랑스 | 146 분 | 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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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 스크립 / 인용/ 참조 금지 
 
1.원작의 전반부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은 그루누이다. 그는 파리의 더럽고 악취나는 생선가게에서 태어난다. 그루누이의 어머니는 생선가게에서 일하는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자식을 생선내장, 쓰레기더미에 버려버리지만 그루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어머니는 참수형에 처해진다. 사람들은 그루누이를 싫어한다. 그루누이에게는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과, 엄청난 식욕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냄새가 안 난다고 외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내 냄새의 기준은 무엇인지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내 냄새란 과연 무엇일까? 단지 내 몸에서 나오는 냄새라면, 너무 불분명하지 않을까? 분명 땀 냄새, 기름 냄새, 기타 분비물 등의 냄새로 그것이 인간의 향이라고는 정의내리기 힘들 것 같다. 그루누이는 땀 냄새, 입 냄새,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분비물냄새나 기타 이유로 나는 냄새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모든 외적 요건을 제외한 순수하게 사람의 살의 냄새를 말하는 것일까? 만약 그것이 사람 살 그 자체의 냄새라면 나는 그 냄새의 존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리고 그러한 냄새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냄새가 안 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루누이에게는 냄새가 없는 반면, 코가 매우 발달했다. 보통 인간이 맡지 못하는 어떠한 냄새도 다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불행인지 행복인지는 모르겠다.


 그루누이는 진드기같이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그는 조금 더 젊어진 해에 무두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예전에 길러주던 유모가 팔아버린 것이다. 무두공장에서 일하면 얼마 못가 죽는데, 역시나 주인공 그루누이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주인에게 인정을 받는다. 어느 날 그루누이는 루브르 궁전의 행사를 보러 가는데, 그곳에서 어떤 향기를 맡게 된다. 그 향기는 어느 여인의 향기였는데 그곳에서 그는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향기가 언급된다. 레몬, 유자, 몰약, 계피 나뭇잎, 박하향, 자작나무, 장뇌, 솔이파리, 감귤, 실측백나무, 사향, 재스민, 수선화, 모과나무, 붓꽃, 호두기름, 수련 꽃다발, 살구꽃 향기 등등 책을 읽는 나로서도 이러한 냄새들을 맡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아무튼, 그루누이는 그 여자의 향기에 엄청난 황홀함도 느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리고 결심한다. 프랑스 향수제조가인 발디니의 조수로 일하면서 가장 위대한 향수 제조인이 되기로 한 것이다.


 2. 영화에서의 「향수」
 영화에서 시점은 전지적 작가시점이다. 물론 소설도 전지적 작가시점이다. 영화는 중간 중간에 해설자가 나와 이야기를 서술해 주는데 이것이 영화 「향수」에서 눈에 띄는 형식적 특징이다. 아마도 소설의 전지적 작가시점을 해설자로 대체한 것 같다. 그리고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고 그루누이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 다르다. 영화의 그루누이가 광장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처음 살인을 저지른 여자를 생각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이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본질적으로는 가질 수 없는 그 여인과 향기에 대한 그리움, 사랑 받고 싶음에 대한 슬픔일까? 그렇지만 그의 눈물은 후회로는 보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흉악하고 인간에 대해 냉소적였던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잠시나마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는 소설과는 다르게 주인공을 다소 미화시키는 것 같았다. 주인공의 생애에 대한 동정심을 끌어내고자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소설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립’을 지키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그루누이가 그라스로 가는 도중 들린 동굴에 대한 이야기가 많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짧게 나오고 생략되는 부분도 있다. 소설에서는 첫 번째 희생된 여자가 오이를 팔았으나, 영화에서는 자두를 팔았다. 마지막 광장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 또는 증오가 강한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싫어했고 도망치고 싶어했다. 영화에서는 소설에서의 ‘분노’와는 반대되는 그루누이의 모습이 보였다.


 소설이나 영화나 향수에 대한 표현은 매우 뛰어난 것 같았다. 영화보다는 원작이 향기를 표현하는 면에서는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언급된 향을 맡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는 사랑과 영혼이라는 향수를 만든 가게로 화면이 이동하는 순간 매우 화려해진다. 그 전에는 다소 어둡고 칙칙하면서, 습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 그루누이의 심리적 변화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다. 바로 그루누이의 삶의 목적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루누이는 스스로 그 목적에서 무의미함을 도출해 낸 듯하다. 또 영상이 갑자기 화려해졌다고 했는데,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밝게 변한 시점은 아마도 그라스로 향하는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3. 그루누이와 인생의 실존주의/회의주의에 대한 경고?
 영화에서, 광장에 선 주인공은 어찌 보면 실망한 듯도 했다. 아니 만족을 못한 것 같았다. 분명 최고의 향수를 만든다는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열렬한 환호와 사랑을 보낸다. 하지만 그루누이가 향수를 묻힌 손수건을 날려 보내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와 사랑은 그 손수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루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서로 행복을 나눈다. 사람들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그루누이가 아닌 향수의 ‘향’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그루누이는 지금까지 한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것일까? 내가 볼 때 영화에서 광장의 그루누이는 마치 군중들 속의 외톨이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최고의 향수에 도취되나 그루누이는 그렇지 못했다. 딴은 그 향수로 인해 살인자인 자신에게 사랑과 바보 같은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증오를 느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그는 더러운 악취가 풍기는 자신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서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향수를 온몸에 바르고 거지들 틈에서 산화한다. 이렇게 자살함으로써 끝내는 것은, 나는 그가 향수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인생의 허무함이랄까? 작품을 보고 읽은 뒤 내게 가장 크게 남는 것은 과연 그루누이는 여태껏 어떤 목적을 위해 살인을 하면서 최고의 향수를 만든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목적에 대한 목적 내지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아마 주인공은 이러한 실존적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여, ‘의미 없음에 대한 반응’으로서, 편안한 자살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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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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