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관계가 점점 더 가물어가는듯 하다. 친구든 지인이든 그냥 아는 사람이든 아무튼. 연락을 기준으로 해서. 요즘 안좋은 일은 아닌데- 단 나한테만 안좋았던 일도 있고(그 사람에게는 안좋은 일이 아닐테니까) 뭐 좀 마음의 상태가 현상학적이라고 해야할까?
물리적으로 떨어져 보기 어렵게 된 경우도 있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연락을 해도 미적찌근하게 대하여 언짢았던 경우도 있고, 소속에서 벗어나 더 이상 집단의 동질감을 느낄수 없게 되기도 하고, 아니면 우연한 기회로 만나 참 잘해보고자 했는데 또 순전히 우연한 그러나 안좋은 모습은 아닌 이유로 단절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말라감의 모습...어떤 모습으로 관계가 소원해지고 사람관계가 가물어가든 아무튼 나쁜 모습이나 이유는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이유, 나만 모르는 이유로 인해 마치 가뭄에 물이 말라가듯 사라졌다.
그렇게 못된 사람인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떤 사실을 가지고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스스로가 못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잘못한 경우도 참 많지만, 그래서 자주 반성한다.
인간관계가 가물어가면 갈수록 다른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게끔, 혹은 어떠한 허물이나 흠이 보이지 않고자 더욱더 노력한다. 실상은 부족함 투성이의 사람이고 그것을 제 스스로 아무리 가리고자 노력하더라도 새어나간다. 나도 모르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내 옷깃을 더욱 꽉 조여맨다. 피해를 주지 않고자 노력하고 허물과 부족함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자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떠나가는게 지금의 상황인데 하물며 허물과 부족함이 그대로 새어나가며 때때로 피해와 상처마저 준다면 얼마나 더 쉽게 떠나가버리고 말것인가.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여기에 더해 피해를 주지 않게끔, 무엇을 빚지는 일없도록 갚을 것을 갚고 은혜를 보답하고, 정 안되면 말로, 마음속으로라도 감사하며, 잠자기 전에 그 사람의 앞날에 행복과 운이 가득하기를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에 비례해 주변사람도 떠나가는것 같다. 아니 나의 이러한 노력과 무관하게, 사람관계의 메마름은 시간에 비례하는듯 보이기까지 한다.
도서관 학생증을 빌려주어 좋은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궁금한 철학적 난제나 오류에 빠져 있을때 종종 도와주며 말도 안되는 나의 뻘소리를 묵묵히 받아주는 한 선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잊지않고 때때로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전해주는 백암고 1-9반 아이들이 고맙다. 정말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도 잘 받아주는 선배에게도 감사하고, 비록 종교는 안믿지만 아침마다 성경구절을 보내주는 분께도 감사하며, 가끔씩이나마 안부연락을 주고받는 대전 사는 군대 친구도 고맙고..ㅋㅋ 백수가 되어 집 안밖에서 거의 밥버러지같은 처지가 된 나에게 여전히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택배찾으러 갈때 기분좋게 맞아주는 경비아저씨도 고맙고, 지금은 미국에 유학중이지만 귀국할때마다 꼭 한번씩 연락주는 참 좋은 친구에게도 고맙고, 군대에서 뻘짓했을때 도와준 군동기와 선임, 간부도 고맙고, 휴가나왔을때 힘내라고 응원해주던 해군출신 아저씨, 출판사에서 알바할때 진심으로 잘대해준 그분들도 고맙고, 얼마전 그만둔 편의점 점주님, 알바할때 힘내라고 다독여주던 손님, 대학교 1학년 당시 교회에 염증을 느껴 욕하며 박차고 나왔을 때 1시간 반 먼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와서 배터지도록 떡볶이를 사줬던 목사아저씨, 농담도 많이 하지만 좋은 말도 많이 해줬던 조교이자 동기, 잠깐이지만 연락받아준 그녀에게도. 아무튼 이 외에도 하루에 한번씩 생각나는 사람도 무지 많네. 나 혼자만 다 기억한다.
나름대로의 노력음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관계가 말라간다면, 그렇게 말라가고 있으니 나는 정말로 못된 사람인거다. 악한 사람이고, 사악한 사람이고, 의도했든 아니했든 누군가가 떠나가거나 소원해질만큼 피해를 주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못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지금 내 마음의 상태가 이렇게 현상학?적이지 않을텐데 그렇지 못하니 좋은 사람은 아님이 분명하다. 개똥벌레가 맞네맞어 맞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