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시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에서는 안티고네 1 와 크레온 2 양자간의 갈등을 그 내용의 주 축으로 하고 있다. 갈등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비극의 무대가 되는 '테베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 비극 속 무대가 되는 국가 '테베이'에서는 그 국가의 선왕인 '오이디푸스'가 죽자 그의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가 왕권을 양분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어기고 왕권을 양분하지 않고 왕권을 독점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두 형제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폴뤼네이케스'가 군대를 일으켜 '테베이'를 공격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 두 형제는 죽음에 이르고, 이후 왕위계승의 권리를 가진, 안티고네의 외삼촌 '크레온'이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통치자가 된 크레온은 먼저 군대를 일으켜 테베이를 공격한 폴뤼네이케스를 반역자로 간주하고 그의 장례의식을 치르지 못하도록 법으로 선포한다. 여기서부터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갈등이 시작된다. 안티고네는 자신의 혈육, 즉 오빠인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금지한 법을 비판한다. 결국 안티고네는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는 "범죄"를 저지르고 만다.
내가 생각한 「안티고네」의 주요 쟁점은 첫째, 국가란 무엇인가(국가의 속성), 둘째,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올바름이란 무엇인가'와 관련하여 다수와 소수의 문제, 악법도 법인가 등과 같은 쟁(爭)거리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미시적으로 볼 때, 국가와 개인간의 문제, 성차별문제 등도 다룰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근본적 주요 쟁점이라고 생각되는 첫 번째 쟁점인 '국가의 속성'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머지 문제들은 이후 생각을 더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써보도록 노력하겠다. 여하튼,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결론에 이르러서 나는 안티고네가 옳은지 크레온이 옳은지를 「안티고네」의 현대적 독자의 관점에서 심판해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홉스-로크-루소에서 시작되는 사회계약설을 옹호하는 편이다. 비록 현대국가의 내면을 파헤쳐 보기 시작하면, 국가의 그 목적이나 근본이 사회계약설에 따라왔음이 반증될 가능성이 큰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국가의 본질은, 본성은, 최고의 형상은 사회계약설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같은 집단은 그 속 개개인의 자유와 이익의 보호에서 시작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암묵적인 동의가 형성됨으로써 나타난다. 그리고 '국가'틀을 지탱토록 하는 계약, 즉 제도의 형성(또는 왕, 대통령 등)도 그 속 모든 개개인들의 상호간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 그 속에서 개개인들은 필연적으로 일정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전쟁'보다는 더 장기적으로 안전하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필연적으로 공리주의로 흐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가가 되는 일련의 과정만이 나는 '옳음'이라고, 또 '국가'라고 선언하겠다.
이제 다시 비극 '안티고네' 속으로 들어가 생각해보자. '크레온의 국가'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옳음의 편'인지 아닌지를 가늠해야 한다. 만약 '크레온의 국가'가 '옳음'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안티고네와 크레온간의 대결에서 안티고네의 정당성이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이제 그 국가의 속성이 어떠한지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비극속의 국가 티베이는 일단 군주제 국가이며, 나는 그 속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다음과 같은 증언문구들을 찾아내었다.
안티고네 : "이 사람들도 3 그렇게 보고 있지만, 당신이 무서워 입을 눌러 닫고 있는 거에요." (책 p.149 / 508~510행)
하이몬 : "도시가 이 소녀 4 에 대해 얼마나 애통해하는지를요, 모든 여인 가운데 가장 고귀한 그녀가 가장 명예로운 행위때문에 가장 비참하게 죽는다고요." (책 p.161 / 692~695행)
하이몬 : "한 사람에게 속한 것은 국가라 할 수 없습니다"……"아무도 없는 땅이라면 혼자서도 잘 다스리겠지요" (책 p.163 / 735~740행)
위 증언에 따르자면 크레온의 국가는 국민의 국가, 최고형상의 국가가 아닌 듯 보인다. 크레온의 국가는 개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보호하는 형상을 보여주고있지 못하며, 크레온( '크레온국가'의 제도는)은 국가 속 개개인들의 자발적 동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 것이다. 국민들은 오로지 왕 또는 소수 주권자의 이익을 위해 '손실'할 뿐, 그 속에 속한 모든 개개인의 평향적(平向的) 이득을 위해 손실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오로지 왕 개인 또는 소수 주권자의 감정과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는, 국가와 개인간의 너무나도 크나큰 괴리, 붕괴감을 지닌 최고 악덕중의 악덕의 속성의 국가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속성면에서 심판해보자면 크레온이 왕으로 있는 테바이 국민들은 국가를 재 형성(또는 裁斷) 해도 괜찮은,( '마땅함'과 같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근거하여 국민의 한 사람인 안티고네의 범법 역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 대한 최고형상이라는 전제를 도입하지 않고서 바라본다면, 안티고네도 그 나름대로의 최고의 '선'을 주장하고 있으며, 크레온 역시 그 나름대로 최고의 '선'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으며 그들 각각의 영역에서 볼 때 그 두 '선'은 모두 정당성을 지녔다고 볼수도 있다. 전제가 없이는 양립 불가능한 두 선이 존재하는, 모순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보면 옳고 그름의 이분법이 있다 느끼고 있으며, 최소한 그냥 옳은 것보다는 더 옳은 것이 있으며, 선의 영역에 한하여 상대적으로 볼 때, 더 옳은 것이 선이며 덜 옳은 것이 악이라 볼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에서 심판하건대 나는 안티고네의 손을 들어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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