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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저자
라라윈 지음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 | 2014-09-2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분명 아직 젊은 나이지만, 서른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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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원하는 대로 못간 것부터 내 인생이 틀어진 것 같았다."

 나 역시도. 그러나 나는 "원하는 대학을 못간 것"이 아니라 "너무 실망스런 대학"을 간 것부터 틀어진 것 같았다. 그게 분명 지금의 내 삶에 영향은 있었겠지만 (조금이라도) 그게 전부인지 아닌지, 혹 시작인지는 분명치 않다. 


처음 대학을 갔을때 충격 그 자체였다. 버스가 달리는 길 양옆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언제 거름을 쳤다는 듯 똥냄새가 진통을 했다. 이게 대학가는 길이라니. 이럴줄 알았으면 공부좀 할껄. 통학시간도 한시간 삼십분 남짓 걸리니 왕복 세 시간을 거리에 버려야 했다. 


근사한 20대는 고사하고더라도(固辭) 그저 평범하기라도 한 20대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주변에 수업 끝나고 같이 밥먹을 친구들이 온통 있으며, 방과후에는 멋드러지게 술 한잔하고. 그러다가 썸도 타보고. 연애도 몇 번씩 해보고. 동기들끼리 클럽도 가고 여행도 떠나고 사고도 치고. 대충 토익점수도 취직할 만큼 따놓고. 대충 이 즈음이 평범한 20대 대학생의 삶 아니겠는가.


그런데 졸업을 앞둔 지금에 와서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경험된 적이 없는듯 하다. 모든게 어정쩡하다. 저자가 생각했던 20대의 삶과 내가 생각했던 20대의 삶은 그 레벨이 천지차이지만 역시 괴리감이 있었던듯 하다. 내가 저자였더라면... 이것이야말로 꿈꾸던 삶이구나 했겠지..ㅎㅎ


"사서 고생한 것도 값진 인생공부이기는 하다... 그러나 몰랐다 ...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돈이 없으니 친구를 만날수도, 술한잔 하기도 부담스럽다. 어디 네일로 여행 한번 같이 가기도 어렵고. 과에서 하는 밥자리가 있을때면 언제나 빼기 일수였다. 돈이 없음은,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자신감 없음과 동치되었다. 그래서 방학때면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그런데 이렇게 방학동안 벌어들인 목돈은 결국 나의 아주 사치스런 취미였던 "별보기"생활에 투자되었다. 지금 돌이켜보자면 그때 별보기를 중단하고 그 목돈을 내 겉을 꾸미는데 썼어야 했다. 그래 마땅했다. 나의 정체성은 내 기호로부터 나오기도 하지만 나의 사적 자아창조는 역시 다른 사람과 함께 가야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인정.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인간관계도 그런 것이다. 09학번, 10학번, 11..12..13학번 몇몇의 후배들을 스쳐지나가며 보아왔지만 나처럼 무식하게 살았던 친구는 없는듯 하다. 다들 체계적이고 꿈이 있다. 이를 위해 순간의 기호(나에게 있어서는 천체관측, 아마추어 무선통신)는 잠시 포기할 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그때 내가 공사판을 전전하며 벌었던 수백만원, 아니 천여만원에 이를 돈들을 내게 투자했떠라면. 연애도 제대로 해보고. 주변 친구도 많았을테고, 술자리 밥자리 이리저리 껴다니며 놀기도 놀고 아마 내가 생각한 20대 대학생활의 낭만적 삶에 조금은 더 근접했겠지. 중요한 것은 용기와 자신감인데, 그러한 것은 결국 돈에서 나오는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저자는 결론적으로 "전부 내 탓인 것은 아니오" 했지나는 여전히 "내탓이오" 라고 말하고 싶다. 공부를 안한것도 내 탓이고, 고백을 못한것도 내 탓이고, 힘들게 벌어온 목돈을 허튼 곳에 쓴 것도 나 자신이요, 또 전공공부를 게을리 한것도 내 탓이오... 모두 내 탓이오... 사람들이 떠나간것도, 그래서 이제 이렇게 혼자 남겨진 것도 모두 내 몸에서 나온 내 탓이오... 라고 말이다.


"피해자 원인제공주의. 힘있는 입장에서 아주 유리한 생각의 틀이다"

 정치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우리가 취업이 안되는 것, 경제가 어려운 것, 정치의 탓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한다. 혹은 다 내 탓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단연코 틀린 생각이다. 우리 삶이 힘들어진것은 정치와 경제가 유착되면서부터이다. 경제가 어렵고 삶이 어려워진 데에 과연 내가 "일부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억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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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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