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해군 입대 후 훈련소 생활 당시 4월 약 한달간의 생활을 기록한 수기이다.
<수양록>
"병사를 위한 최고의 복지는 강한 훈련이다. 강한 훈련만이 전장에서 피를 덜 흘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09/4/2
20시 38분 현재, 야전교육대에 완전히 안착하다. 멀리 차량탑승하여 이동 후 하차하여 약 3km거리를 20kg의 군장하여 올라갔다.(야교대는 산중턱에 있다) m16 소총도 소지하였다. 처음 기초군사교육단을 떠날 때는 오랜만에 세상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것이 기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내 예상은 아쉽게 실패했다. 버스 통로측에 앉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는 삭사당번작업을 마치고 간단히 샤워 후 수양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곳의 밤하늘은 정말 맘에 든다. 사방이 탁 트인데다 분지형태의 산골, 도심과는 어느정도 떨어진 군부대라는 점... 천체관측에 있어서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다. 목금토일월화 5박 6일만 남았다.
합리적인 군인되기.
배우는게 무엇이냐. 개념화됨, 실존함(존재함). 또는 더 나아가 단어화된 것들에 대한 목적 의미 이유 그리고 인과관계를 체계적인 기준(논리적 논증구조를 통해) 증명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오늘 밤 잠들기 전 나는 신에 대해 생각해본다.
신의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논의.
임하기 전에 첫번째로 글에서 나타날 각종 단어들에 대한 개념정리를 해보자. 신- 전지하고 전능한 것.
그렇다면 전지는? 모든것을 알 수 있다는 것. 전능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신은 신 스스로가 할 수 없는 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모순을 지닌다.
이런 예를 기억한다.
1. 신은 신조차 들 수 없는 돌을 만들 수 있을까? 전지와 전능의 모순적 개념을 공격한다.
2. 신은 자신도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돌을 만들 수 있다.
3. 신은 그 돌을 만들엇다. 그렇다면 신은 스스로 들 수 없는 돌을 만든 것이므로 그 돌을 들 수 없게 된다.
09/4/3
야교대 이틀째. 두번째 맞이하는 밤.
개고생만 했던 날. 오늘의 주 훈련으로 사격훈련이 있었다. 나는 49발만 격발하였다. 성적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훈련중 누군가 탄피 한발을 가져갔다. 뒤늦게 잡히긴 했지만 밤 12시가 다 되가는 지금까지 개고생만 했다. 완전 알몸검사까지 실시했다. 야전대 사격장을 이잡듯 뒤졌다. 그리고 몇시간 동안의 육체적 고문과 알몸검사... 그것도 이 추운 날 운동장 한가운데서. 모래바람과 강추위속에 벌벌떨고 기침을 하며. 우습게도 그 범인은 훈련중 작업자열외로 식당에서 당번일을 하고 있었다. 어떠한 처벌도 없었다.
09/4/10
기술행정학교에 있다. 다른것들 모두 수료하고 도착했다. 지금은 4월 11일 16시 26분. 어제는 간단한 문서작성과 세변등을 실시하면서 밤 12시가 넘는 시간에 취침을 했다. 이곳 기술행정학교의 첫 인상은 매우 암울했다. 칙칙한, 검붉은 벽돌건물들... 그것은 마치 유태인들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킨다. 낡고 지저분한 건물들은 군대라는 집단의 억잡적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아무튼, 이곳의 모든 것들은, 군대답게.. 무겁고 우중충했다. 그런 분위기가 나의 어깨와 가슴을 짓누른다. 과연 이곳에서 내가 잘 버틸 수 있게 해줄 원동력 내지 동기는 있는 것일까?
11일인 오늘은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인성검사를 실시했다. 아직까지는 편하고 다소나마 군기잡히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다음주 월요일 입대식을 치루고 난 뒤에는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09/4/24/금/20시 30분.
비가 내린다. 현재... 아침부터 구름이 몰려오다 오후 6시 즈음부터는 몇 방울씩 덜어지기 시작했다. 왜 이곳에서 실무행활을 하는 '병'들은 늘 얼굴표정이 쓰레기같은, 똥씹은 표정들인지. 왜 그런 표정들을 항상 지니고 있을까?
실무배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실전에서도 저런 쓰레기같은 표정으로 우리들을 대할 그들을 생각한다면...
병기병은 그 자체로 희소성과 배에서의 필요성이 있는 직무이다. 부담스러워진다. 그저 중간만 하고싶다.
나는 행동에 대한 책임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 행동이란 무엇이냐? 단순히 행동에 대한 책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 나의 목숨, 자타의 재산, 자타의 심신적 컨디션에 충격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를 줄수도 있는 행동이며, 그 행동결과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직책들도 이러할까? 내 추측에는 병기보다는 덜하리라.
이곳의 하사들은 이곳의 실무병들과는 너무 다르다. 왜? 이 왜라는 단어는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필요한, 가장 갈구하는 단어이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도 항시 존재해야 하는 단어이다. 1
실무현장에 가서도 웃고싶다. 오늘내일은 냉정해지도록 노력해보자.
09/4/25
20시 45분 전화통화.
09/4/날짜미상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에 있어서는 이루어지거나 존재할 수 없는 상상의 사고일 뿐이라고 가정해본다. 그러므로 현실을 개선하고 이상향으로 나아가고자 저한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가정해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떠한 결과가 주어지게 될까?
사람들은 이상향을 이상한다. 그런데 이상향은 없다. 그러므로 이상향을 이상하는 것은 얼라들의 짓이며 무의미한 일일 뿐이다.
나는 이상향이 없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상향을 이상하지만 항상 그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 좌절 상실하고 만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항상 실패,좌절, 상실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기 애매한 것이다. 따라서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상향을 꿈꾸며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깨진다. 진정한 실패, 좌절 상실.. 그 노력은 항상 깨진다. 항상 깨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깨지는 것이 아니라면 존재하는 것이갔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얼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09/4/날짜 미상.
전역하고 2년 안에 완수하고 싶은 것.
토익800 완성하기
편입영어 -in서울 편입하기
일본어 공부하기
컴퓨터자격증 취득
운전면허증 취득하기
철학공부
천체사진 공모전 입상
천문지도사자격증 취득
메시에목록 110개 사진에 담기자전거여행
열대어기르기탁구연습
아마추어무선공부 및 전신급 취득
기타배우기
.
.
09/4/29/수
이상향을 보고 현실을 거부하면 얼라들이라? 그러므로 이상향을 이상하고 현실을 거부하는 나 또한 아직 어린 것이며 얼라인 것인가? 그렇다면 일제시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은 선조들과 그 외의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독재정권시절 현실을 거부하며 저항했던 혁명군들의 투쟁과 항쟁, 운동 또한 얼라들의 짓인가? 더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해, 세상에 대해, 옳고 그름, 타당하고 부당함, 진리와 진리가 아닌 것에 고뇌했던 수많은 사람들 학자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비트겐슈타인, 아퀴나스 등... 은 또한 얼라들이며, 누군가의 말처럼 진정한 실패와 좌절, 상실을 맛보지 못하였기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가?
이상은 이상일뿐 현존함에 있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의 산물일 뿐인가? 누구는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그렇다면 존재함은, 실존하는 것은 존재할 필요?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목적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인간은 존재목적, 아니 존재의 근거가 사라졋다. 근거없는, 기둥없는 지붕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엇, 하지만 그들은 무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이상은 존재하는 것인가? 3
'나비 그리다 > 병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년 5월의 일기 2차 (0) | 2013.08.02 |
---|---|
09년 5월의 일지(by 수양록) (0) | 2013.08.02 |
09년 3월의 일기(수양록중에) (0) | 2013.08.01 |
어느 해군의 일기 (0) | 2013.05.14 |
나의 군생활 일반 (0) | 201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