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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좀먹게 만든 책들. 탓은 나에게 있지만 굳이 나를 위로할 핑계를 대자면 그러하다는 것이다... 철학, 공부한다고 삶이 달라지는거 없더라. 논문... 열나게 열심히 써서 칭찬받고 학술지에 실려도... 남는것 없더라. (잘쓴건 아니지만.)

이 허무한 기분 느끼기 싫어서 한학기 일주일 내내 학교 도서관에 출퇴근을 했다. 집에만 있으면 살아있는 기분이 안들어서. 공부도 안될 뿐더러. 도서관에 있으면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더라. 그래서 굳이 갈 필요가 없는 도서관까지 일주일 내내 출퇴근했어. 그래서 사람들 온기도 느끼고 내가 살아있다는 감정도 느꼈지. 최대한 내가 살아있음을 알고 싶었어. 곧 다가올 지금의 이 막막함과 후회됨과 허무함을 최대한 늦춰보고 싶었거든.

가장 중요한건 사랑이야. 그것 참 어렵더군. 세상의 진리를 탐구한다는 철학을 공부하다보면 뭔가 알고 깨우칠 수 있을것만 같았지. 그래서 논문도 그렇게 쓴것이고. 그런데 결과는 영 시원찮더라. 내가 차라투스트라가 될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차라투스트라가 되었으면 나의 정체성과 욕망을 잃고 나 아닌 나가 되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아무튼 철학을 공부해도 용기없는 사람에게 없던 용기마저 생기지는 않더라고. 결국 하루, 이틀, 사흘, 한학기, 말하기로 마음먹었을때가 되니 그녀를 만날수 없었어. 참담했다.

아무튼 이 다가올 허무함에 대해 예감하고 이를 최대한 늦춰보고자 남은 시간을 최대한 느끼고 싶었다. 우선 잠을 줄였다. 늘 도서관에 갔다. 내가 도서관 2차 지박령이 된 이유가 실은 공부가 좋아서 간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이러저러하다는 것을, 또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아무도 모르지.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고 학교앞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대략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열차가 출발했습니다. 다음 열차를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떠나버린 열차는 아무리 외쳐도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내 인생에 그 다음 열차는 언제 또 다시 나타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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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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