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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면 라디오에서 들리는 장작 타는 소리가 정말 좋다. 지금도 라디오를 듣고 있다. PC어플이나 모바일 어플은 아날로그 라디오에서의 라디오 특유의 잡음이 없다. "찌잉-" 하는 고주파 소리나, "자글자글-" 하는 식의 장작 타는 소리라든지.

 라디오를 듣는데 그런 잡음이 없으면 무엇인가가 약 2% 부족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완벽한 것이 아니라, 그런 잡음은 라디오를 듣는데 필요한 하나의 소스와 같다. 그 아름다운 소스가 버무려진 라디오를 청취하기 위해 나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라디오를 고집한다.

 날씨가 풀리고 봄이 오면 라디오를 듣는 모임을 하나 만들고 싶다. 이 추운 겨울에 산에 올라가 라디오를 듣는 고생을 하는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진행되는 모임을, 한강이나 서울 시내가 어느 정도 보이는 동네 동산이나 한강에서 와인과 맥주, 또는 커피와 커피포트를 싸들고 밤새도록 라디오를 듣는 놀이를 만들고싶다.

 사람이 몇 명 모이면 프로그램도 기획해서, 1. 함께 공감하며 듣기, 2. 직접 선곡하여 노래를 공유하고 공감하기, 3. 일일 DJ가 되어 보기, 4. 단파 라디오를 통해 해외 라디오를 청취하기 등. 말 그대로 새로운 형태의 놀이를 만들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모임이 활성화되면 그 속에서 악기를 함께 연주할수도 있고, 이런저런 담소도 나눌수 있다.

 시간대는, 왜 꼭 새벽이어야 할까? 내 경험상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가 사람의 감성이 가장 풍부해지고, 또 도시의 감성도 풍부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소 피곤할수도 있지만, 그 시간대가 어둠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한 시간대이며 사람의 마음이 가장 너그럽게 열리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렇게 생각해도 역시나 내게서 사려져간 수많은 기획들처럼 상상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저렇게 말해보아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는 (늘 그랬듯이) 어디 갈 일도 없으니 라디오와 통기타를 하나씩 들고 한강과 63빌딩이 보이는 동산에서 라디오를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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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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